한국화재연구소
글로벌스탠다드와 우리나라 소방기술 본문
아마도 10여년 전 즈음으로 기억합니다. 선배 기술사께서 기고하였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제는 스프링클러 설계시 살수밀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취지였으며, 그 이유로는 우리의 소방기술이 글로벌 기준과 차이가 크고 너무 뒤쳐져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그 글도 읽을 당시 10여년 전 즈음에 작성한 글 이었는데, 20여년이 흐른 지금에서도 여전히 바뀐 것이 없습니다.
20여년 전과 지금의 세상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발전하였으며, 경제는 국경이 없을 정도로 세계가 하나의 시장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기업은 국내를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 만큼 시장이 커진 것도 사실입니다.
소방분야는 어떻습니까? 일부분야를 제외하면 여전히 3~40년 전의 기술과 기준에 머물고 있고, 산업과 시장은 여전히 폐쇄적입니다. 요즘처럼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글로벌기준과 거리가 먼 국내소방기술을 배운 학생들은 외국에 나가서 도전해 보는 것도 어려운 현실입니다.
소방은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지나치게 규제위주의 정책과 폐쇄성을 가졌습니다. 안전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현시점에서는 분명히 과도한 규제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소방분야의 영세산업보호 라는 명분은 기술과 기준을 뒤처지게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낙후된 기술과 산업이 글로벌 기준 도입에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입니다. 안전은 서비스분야로서 좋은 서비스를 받지 못함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과거의 생각과 편견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국가의 소방정책도 규제위주에서 적극적인 서비스로 돌아서야 하며, 과감한 글로벌기준과 기술의 도입, 국제공인기관의 인증제품과 기술 허용 등을 통해 국민에게는 양질의 소방서비스를 통해 재산과 인명안전을 도모하고 기업에겐 경쟁을 통한 기술발전을 유도해야 합니다.
일전에 중국과 러시아의 소방기술기준을 우연히 보았다가 충격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보다 훨씬 발전되고 상세하게 작성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화재안전기준, 형식승인기준 등의 개선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별로 없습니다. 현재 이와 관련하여 별도의 독립부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으나, 과거의 사례를 보면 기대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여러 국가들의 사례와 같이 ISO나 NFPA, FM, UL 등 을 우리환경에 맞도록 그대로 도입하는 것이 현재 여건상 차라리 가장 좋은 방안입니다.
또 10여년 뒤 “이제는 우리도 글로벌기준에 부합하는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라고 누군가 얘기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여용주
소방옴부즈신문
WWW.fob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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