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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재연구소

물에대한 과학과 철학적 단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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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대한 과학과 철학적 단상

kfsl 2024. 4. 7. 10:12

제가 사는 양평에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흐릅니다. 팔당댐이 생기면서 강물의 유속이 느려져 한겨울에는 강의 표면이 자주 얼어붙기도 하는데, 가끔씩 거길 지나다 보면 누군가 얼음 위로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고라니겠지요.

강의 표면이 얼어붙은 모습은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이라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액체상태의 물질은 온도가 내려갈수록 밀도가 커지는데, 물의 경우에는 특이하게 4도씨 까지 밀도가 커지다가 다시 밀도가 작아집니다. 그러다 0도씨 얼음이 되면 액체보다 밀도가 작아져 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분명 특이한 현상입니다. 이런 특성은 물의 표면부터 얼음 층을 만들고, 얼음이 단열층이 되어 깊은 곳의 물 온도를 영상으로 유지시켜 생명체가 살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마치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물질처럼... 

 

비정상적으로 큰 물의 큰 표면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물 성장에 필수적인 물을 높은 가지까지 이동시킬 수 있는 것은 큰 표면장력으로 인한 모세관 현상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식물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범상치 않은 현상입니다. 

이와 같이 마치 물은 생명체를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바다에서 태어난 것처럼...

 

물의 특이한 성질 중 또 한 가지는 증발잠열이 가장 큰 물질로서, 특히 불을 제압하는데 더없이 훌륭한 소화약제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물을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가 분리되면 연료 즉 불이 됩니다. 그렇다면 물은 곧 불이기도 하면서 스스로를 파괴(소멸)할 수 있는 상극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 됩니다. 

조금 비약해서 얘기하자면 극단적인 사랑의 좌절이 극단적인 미움을 낳게 되고, 극단적인 행복의 끝은 극단적인 불행으로 치닫는 것의 이유를 물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물을 통해 알게 됩니다. 물은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고 얘기해주고 있는 거죠... 

 

모든 만물은 끊임없이 변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변화라는 것, 아마도 시간이 흐르니까 변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만일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즉 세상은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세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겠죠. 결국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생각 속에서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릅니다. 

 

모든 만물의 변화는 에너지가 가장 낮고 안정적인 상태로 수렴합니다. 즉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에너지가 가장 낮은 극한의 무질서로 수렴하기 위해, 엔트로피는 무한대로 커지게 될 것이고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빅뱅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엔트로피는 다시 0인 상태가 됩니다. 그 후 다음 빅뱅을 준비한다면... 

이것 또한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한쪽이 극단으로 치달으면 다른 한쪽의 극단에서 만나게 된다는 이치와 같습니다.

물과 연관하여 생각해 보면, 물의 산소는 산화를 통해 엔트로피 증가에 기여하는 원소로서, 세상을 이루는 한축인 변화 즉 시간을 상징하고, 수소는 빅뱅 이후 가장 먼저 만들어진 원소로서 세상의 한 축인 물질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물은 세상 그 자체를 의미하는 오묘하고 신비로움을 가졌습니다.

 

이처럼 물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참으로 놀라운 물질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살면서 누수는 정말 참기 힘들었습니다^^

 

물에 대한 무겁지만 짧은 단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