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재연구소
소방 제연설비 ‘설비와 소방 불통, 합리적 설계 못하는 것’ 본문
출처 : 세이프투데이(https://www.safetoday.kr/)
김진수 한국소방기술인협회 회장
소방 제연설비 중 공간배연은 급배기 밸런스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사실은 지극히 단순하다. 배연량도 화재안전기준에 정해져 있어 신경 쓸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배연의 밸런싱이 무척 어렵다는 자백이 터져 나오고, 이젠 공간배연을 위한 T.A.B 기준을 만드는 것이 소방청 정책 검토대상이 되었다.
왜 어려울까?
우리 국내의 공간배연에서 겪는 어려움은 사실 제연기술에 대한 것이 아니다. 거실제연의 실제 문제는 설비(공조 환기)와 소방의 불통 때문에 합리적 설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간배연 혹은 거실제연이 필요한 대상은 일반적으로 공조부하가 커서 덕트워크가 크고도 복잡하다. 그래서 제연덕트를 따로 만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천장 속 공간에 가득 들어찬 공조덕트만 해도 부담이 큰데, 거기다가 제연덕트를 또 설치한다면 건축적으로 감당하기 어렵고 사후 관리도 대단히 어려워진다. 그래서 공조덕트와 제연덕트는 겸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면 공조나 제연이나 모두 기체를 제어하는 설비인데 두 가지 기능으로 덕트를 겸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그 이유는 공조구획과 제연구획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공조덕트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공조덕트를 먼저 설계하고, 다시 그 덕트가 제연구획에 따라 기능할 수 있도록 덕트 중간 각 요소에 댐퍼를 설치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각 댐퍼가 작동 스케줄에 따라 자동으로 개폐하여 배연구획이 설정되도록 하는데, 공조구획과 제연구획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구획에는 댐퍼를 닫고 또 어떤 구획에는 댐퍼를 열어 배연구획에 맞춰야 한다.
대형 공간에는 그러한 댐퍼들이 한 층의 천장 속에 수십 수백 개가 들어가는데, 그 수십 수백 개의 댐퍼들이 모두 훌륭하게 설치되기도 어렵고 작동상태가 파악되지도 않으며, 설혹 문제 댐퍼가 발견되어도 천장 속으로 들어가 정비를 할 수 있는 주변공간도 확보되지 않는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천장 점검구를 열고 들여다보면 그 바로 위 덕트 아래에 공간이 10 cm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무엇을 하기는커녕 댐퍼가 어디 있는지 찾지도 못한다.
천장 속에 숨어 있는 수천 개의 댐퍼가 과연 모두 안녕할까? 화재 발생 시 과연 모두가 정상 작동하여 연기를 잘 배출해 낼까? 댐퍼의 누설은 얼마나 될까? 천장에는 각 댐퍼의 아래에 점검구를 설치하여 그 속으로 상체만 집어넣어 정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든 지침에서 강조하는 바이지만, 실제로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다.
그런 어려움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또 여러 가지 교묘한 댐퍼와 제어시스템들이 개발 홍보되고 있지만, 수천 개의 댐퍼를 감시 제어한다는 건 돈이 무척 많이 들고 번잡하다는 뜻일 뿐 실용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내 건물관리 경험의 느낌이다.
설비와 소방이 잘 소통하여 공조의 덕트워크를 제연구획에 맞추면 문제가 크지 않을 텐데 지금 어느 쪽도 그런 대화의 의지는 없다. 물론 그런 대화는 실무자끼리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너들 간에 협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지하 주차장의 문제를 살펴보자.
주차장 배연은 우리 법규에 없다. 미국에도 주차장 배연을 특정한 것은 없다. 주차장 환기를 규정하는 NFPA88A는 환기횟수를 정하고 있으나, 그것은 수많은 차량 중 일부에서 연료가스가 누설될 가능성에 대한 것이지 연기에 대한 것이 아니다.
NFPA는 주차장을 비거주공간 일반 배연대상공간 중 하나로 본다. 유럽 기준에서도 주차장은 4 MW의 발열량을 가진 잠재적 연소물이 있는 공간일 뿐이다.
미국이든 유럽이든 주차장은 자동차를 보관하는 커다란 창고다.
인원밀도가 낮고 스프링클러가 완비되며 옥외탈출 경로가 다양하고 단순하여 일반 거실보다 안전도가 더 높다.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하면 화재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아파트 화재시 대부분의 인명피해는 계단실의 제연 실패가 주된 원인이며 주차장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드물다. 주차장 스프링클러의 신뢰성이 자주 거론되지만 그런 관리부실 문제에 제연설비 강화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기차량이 급속히 보편화되기 전에는 스프링클러로써 충분히 화세를 제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차장 배연을 특별하게 취급할 이유가 없었다.
요즘 전기자동차 화재가 많아지고 있으나 주차장의 비거주 특성상 인명피해가 크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배연에 대한 논의가 많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그 화염강도의 시각적 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 부천중동의 고가도로가 그 아래 주차했던 트럭 화재로 내려 낮았던 사고를 생각하면 주차장 화재의 문제는 배연보다 건물의 구조적 위험 측면에서 더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가 주변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주차장 크기와 연기 발생량은 관계가 없다. 주차장이 클수록 연기가 차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피난 환경은 더 좋아진다. 그럼에도 주차장 크기에 따라 환기량을 늘리라는 요구가 힘을 얻는 것을 보는 마음이 언짢다.
주차장 면적에 따라 환기량이 늘어나는 것은, NFPA88A의 경우 주차댓수가 많아질수록 연료의 누설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국내 주차장법의 경우에는 주차댓수가 많아질수록 차량의 연소가스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합리적이다.
그러나 피난을 위한 연기의 배출측면에서는 주차장이 넓고 클수록 더 안전하다는 역설적 사실이 있다. 이것은 또한 작은 주차장일수록 배연설비에 엄격한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주차장에서 또 한 가지 고려할 사항은 주차장 내부 어느 위치에서나 화재발생 가능성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 따라서 급기시설 바로 앞에서 격렬히 타고 있는 차량에 공기를 고속으로 불어 넣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대개 주차장 크기가 어느 정도를 넘으면 환기량이 배연량보다 크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하 주차장에 크기에 비례하여 배연량을 늘리도록 하는 것은 넌센스로 보인다.
그에 더하여 주차장에 방화구획을 하라거나 주차장 공간 기류의 마찰손실을 계산하라거나 하는 난처한 주문들이 개방적 논의과정을 건너뛴 채 심의권력으로 강요된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라 시각의 이질감과 소통의 어려움 때문에 난처함을 느낀다.
실제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스프링클러도 없고 체적이 작아 연기가 금방 가득 차는 소규모 주차장이다. 성능심의 대상이 아닌 그런 주차장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
대규모 주차장에 대한 노파심 과잉은 그리 생산적이지 못하다.
제연설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불법 시설
김진수 한국소방기술인협회 회장
윤성규 기자 입력 2024.05.07 07:17
https://www.safe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86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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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한국소방기술인협회 회장
윤성규 기자 입력 2024.04.30 08:09
https://www.safetoday.kr/news/articleView.html?idxno=86462
2024년 5월13일
김진수 한국소방기술인협회 회장
출처 : 세이프투데이(http://www.safe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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