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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재연구소

소방기술 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 본문

About fire risk

소방기술 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

kfsl 2024. 5. 20. 17:57

10년전에 소방안전협회에 기고한 원고 입니다. 다시 글을 실어도 될만큼 크게 바뀐게 없어서 씁쓸하네요

 

소방기술 체계 이대로 괜찮은가 ?

 

LIG엔설팅 위험관리연구소

공학박사, 기술사 여 용 주

 

1. 세상은 이미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세상은 이미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국산과 외산이라는 개념도 모호해지고 있다. 기술 또한 Global Standard로 통합되어 가고 있으며,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세계시장으로의 진출도 어렵다. 다양한 국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프로젝트도 많아지고 있으며,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여러 국가들의 엔지니들과의 협업도 필요하다. NEC를 표준으로 하고 있는 미국의 전기엔지니어와 IEC를 표준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기엔지니어가 서로 다른 기술기준 때문에 협의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IT시장에서 통신방식에 대해 어떤 프로토콜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는 논의가 되겠지만 프로토콜이라는 용어 자체를 이야기 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소방분야의 경우 이 프로토콜 자체가 없다. 예를 들어 어떤 공간에 설치하는 스프링클러설비의 살수밀도를 결정하기위해 각나라의 엔지니들이 모여 협의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는 아무런 기준도 제시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소방기술에는 살수밀도라는 프로토콜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우리의 기술체계가 화재방호라는 설비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측면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소방기술기준체계는 적어도 30 여년 전의 일본기술기준을 근거로 완성된 것으로 그동안 많은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뼈대는 변하지 않은 채 이어져오고 있다. 경직된 법체계 내에서는 빠르게 발전하는 변화를 쫓아갈 수 없으며 더욱이 세세한 사항을 모두 수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보니 글로벌기준에도 맞지 않고 기술적 완성도가 낮아, 복잡하고 다양한 위험을 담보하기 어려움은 물론 기술개발의 의지를 꺽음으로서 소방산업 전반의 위축까지 가져오고 있다. 이는 결국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2. 문제는 무엇이고 대안은 무엇인가 ?

 

현재의 소방기술기준 체계의 문제점과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첫 번째, 글로벌기준과 맞지 않는 기술체계

앞서 이야기 한바와 같이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술기준은 30여년 전의 일본기준을 근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글로벌기준과는 그 골격자체가 매우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수계소화설비의 살수밀도와 수리계산의 개념, 화재감지설비의 감지기 설치 기준 그리고 제연설비의 배연과 차압제연 등의 많은 부분이 글로벌기준과 상당히 괴리가 있다. 세부내용에서 약간의 차이를 빼고는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는 ISONFPA의 기본 골격과 개념은 거의 유사하다. 만일 우리나가 독자적으로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토대로 우리의 기술기준이 만들어졌다면 이는 기술적합리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기준과 근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어떤가 ? 오래전에 들여온 다른 나라의 기술을 현재까지도 검증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글로벌기준과 맞지 않는 문제를 떠나 위험에 대한 담보측면에서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여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채택하여 사용하고 있는 글로벌기준은 최소한 많은 부분에서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전기분야는 미국의 NEC와 국제기준인 IEC로 통합된지 오래이며, 산업안전보건공단의 기술기준은 IEC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소방분야에 비해 불과 얼마되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분야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으며, 최근에는 PSM(공정안전관리)의 도입으로 사업장의 위험도를 낯추는데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분야의 상당부분이 화재안전과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방설비를 제외하고는 소방이 비집고 들어갈 영역이 없다. 지금처럼 낡은 기준만 고집하고 있는 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그나마 겨우 유지하고 있는 소방설비 마져도 다른 분야에 흡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글로벌기준에 부합되지 않음으로 인한 따른 또 다른 문제는 우리나라의 소방 엔지니어들이 세계시장에 나가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소방학과에서 공부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의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으나 현재처럼 국적불명의 우리나라만의 소방기술은 어느나라에서도 적용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직된 법체계에 속해있는 기술기준

기술은 법에서 세세하게 규정하기 어렵고 변화의 발전을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에 기준자체를 법규정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법규정에는 최소한의 기준만 두고 자세한 사항은 가이드라인 형태로 만들어야 기술변화와 발전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고 상세한 기술사항을 자세히 수록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보면 구체적인 기술사항에 대한 규정은 모두 안전보건기술지침(KOSHA GUIDE)의 형태로 만들어 배포하고 있어, 필요할 때마다 쉽게 재개정, 신규추가 등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다 세부적인 사항까지 자세하게 만들어져 있어 종사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소방분야도 현재의 화재안전기준은 이러한 지침서의 형태로 변경하고 상위법인 소방시설의설치유지관리법에 필요한 사항만 최소한으로 규정하면 될 것이다.

 

세 번째, 빈약하고 부실한 기술기준

NFPAISO 그리고 FM 코드와 같이 글로벌기준들의 공통점은 매우 방대하고 자세하다는 것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기술기준은 소방설비에 대한 것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마져도 우리나라 기술기준 전체를 합쳐도 NFPA13 스프링클러설치기준의 1/4정도 분량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그에비해 산업안전보건기준만 보더라도 공정안전지침을 포함하여 모두 15개의 지침과 각 지침별로 많게는 수백가지의 세부기준을 상세하게 마련하고 있다. 게다가 그 안에는 소방설비기준보다 훨씬 많은 다양한 화재안전과 설비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소방기술기준체계도 다양한 조건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보다 상세하고 자세한 기술기준으로 재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설비위주의 기술기준

소방이라는 것은 화재예방으로부터 화재진압활동 및 복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아우르기 때문에, 현재의 설비위주의 법체계로는 화재안전을 보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소방설비는 화재안전에 대응하는 수많은 대응요소 중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화재를 예방하기위한 가연물과 점화원에 대한 위험관리를 비롯하여 화재 발생시 초동대응과 비상대피 그리고 건축물의 내화성능 등 많은 요소에 대한 기준도 중요하다.

건물의 용도에 따른 위험을 분석하여 각각의 용도에 맞는 방화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며, 화재위험이 높은 가연물을 분류하고 그에 맞는 취급 및 운반기준이나 소화방법 등도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점화원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위험요소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안전대책도 세분화하여 관리할 있도록 하여야 하며, 무엇보다도 중요한 피난에 대한 부분도 NFPA101의 기준처럼 자세하게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즉 소방설비가 아닌 화재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개념정립이 필요하다.

 

3. 마무리 말

 

예방과 대비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술분야가 행정중심에서 밀려나 있는 동안 소방설비 만을 남겨둔 채 화재안전의 전반적인 기능은 이미 더 발전한 다른 분야에 하나 둘 자리를 넘겨주고 있다. 글로벌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우리의 소방기술은 세계화시대에 국외로의 진출을 막는 장애가 되고 있으며, 레드오션이 된 소방시장에서는 제로섬게임만 진행되고 있다. 그럴수록 모든 피해는 결국 낙후된 기술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모든 국민들이 될 것이다.

소방분야에도 글로벌기준을 도입하고, 이를 수행하기위해서는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실질적이고 독립적인 기술부서가 정부 내 만들어져야 할 것이며, 민간 기술단체에도 많은 권한을 이양하여 협력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