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재연구소
AI등에 올라탄 We 본문
먼 훗날 지금을 돌아본다면, AI 등장 전과 후로 시대를 나눌 만큼 엄청난 격변기로 기록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전문직은 가장 마지막에 대체될 것이라고들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률, 의료, 금융 같은 전문 영역에서 오히려 가장 먼저 대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링 분야도 속도는 느리지만 머지않아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전문 영역이 대체되는 것과 전문가가 대체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전문가의 가치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습니다.

AI는 많은 일을 처리해 주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며, 훌륭한 보고서도 작성해 줍니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일을 시키는 능력과 결과물을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일을 제대로 시키려면 시키는 사람이 먼저 그 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AI와 함께 작업해 보면 업무 지시 자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아는 만큼 일을 시키게 되고, AI의 결과물도 내 지식수준을 크게 넘어서기 어렵습니다. 설령 AI가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더라도 내가 그것을 이해하고 판단하지 못한다면 신뢰할 수 없는 결과물일 뿐입니다. 더구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AI가 아니라 사람이 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AI 시대는 오히려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합니다. 누구나 AI를 쓸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AI를 다루는 데 중요한 것은 컴퓨터 활용 능력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지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컴퓨터에 익숙한 사회 초년생이라도 지식이 얕으면 오히려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컴퓨터가 서툴다는 이유로, 혹은 AI를 쓰려면 높은 컴퓨터 활용 능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AI를 포기해 버린 전문가는 자신의 능력을 펼칠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는 셈입니다.
AI는 분명 좋은 도구입니다. AI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이제 배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반대로 더 깊은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분야에 따라 전문가의 수는 줄어들 수 있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의 가치는 더 커질 것입니다. 다만 걱정되는 점도 있습니다. 전문성은 기초 실무를 반복하며 쌓이는 것인데, AI가 가장 먼저 가져가는 일이 바로 그 기초 실무입니다. 사회 초년생이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어떻게 마련할지는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좋든 싫든 우리는 이미 AI의 등에 올라탔고, 이제 내릴 수 없습니다. 사회 초년생은 AI를 답을 대신 받는 도구가 아니라 배움의 속도를 높이는 도구로 삼아 지식을 쌓고, 경험 많은 전문가는 이 훌륭한 지식 비서를 적극 활용하기를 바랍니다.
결국 AI 시대에도 과거와 현재처럼 지식과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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