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재연구소
국내스프링클러 기존방식은 규약배관방식인가 ? 본문
최근에는 스프링클러 설계시 수리계산이 일반화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방식으로 설계하는 곳도 많습니다. 우리가 수리계산방식의 상대개념으로 규약배관방식( Pipe Schedule Method )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화재안전기준에는 이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기존방식을 규약배관방식이라고 정의하기도 애매한 입장입니다.
그래서 규약배관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 화재안전기준은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 얘기 해보려 합니다. 사실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닌데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규약배관방식에서 제시한 헤드 개수별 배관 구경 기준으로 설계할 경우, 수리계산 없이도 펌프의 양정과 유량, 소화수량까지 간단하게 결정이 가능한 설계 방식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국내기준의 기존방식을 규약배관으로 보기 어려운 가장 큰 차이가 바로 펌프의 양정 선정방법인데, 규약배관방식에서는 건물높이만 알면 간단하게 구할 수 있으나 국내기준에서는 수리계산으로 산출하고 있습니다. 뭔가 뒤섞인 느낌이랄까요.
재미있는 예를 들어 규약배관방식에 대해 설명해보겠습니다.
어떤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고 하는데 헤드배치는 간단히 할 수 있는데 나머지 요소들 즉 펌프용량, 저수량, 배관구경 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그 때 스프링클러 신이 나타납니다.
신 " 무슨 고민이 있는가? 내게 얘기해 보거라 "
건물주 " 제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는데 제가 아는게 없어서요 필요한 유량과 양정도 계산하고 수원량도 계산해야 하는데 제가 문과출신이라 도무지 엄두가 안납니다 "
신 " 음 그렇다면 너에게 어울리는 규약배관방식이라는 설계기법이 있는데 내가 가르쳐 주마 "
건물주 " 공학적으로 계산없이 가능하다는 건가요 ? 규약배관방식이라는 것은 도데체 어떤 것인가요? "
신 " 쉽게 설명하면 너가 집을 짓는데 기둥두께를 얼마로 해야 할까 고민할 수 있겠지. 물론 구조전문가에게 맏기면 쉽게 알 수 있겠지만 그럴 처지가 안되는 상황에서 해결방법을 제시해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지 "
건물주 " 오 그런 신박한 ~ "
신 " 음... 너의 집과 비슷한 규모 집들의 기둥을 대략적으로 확인해서 그 기둥두께보다 훨씬 더 굵게 한다면 실패확률이 적어지겠지. 규약배관방식이 바로 그러한 경험적측면에 기초한 대충 철저한 방식이라 할 수 있지. ㅎㅎ "
건물주 " 아 ~ 그런 참신한 방법이 ~ 그런데 비용은 좀 더 들어가겠네요 "
신 " 그렇지 대충 철저한 방식이 치뤄야 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거라. 그래서 그렇게 권장하지는 않는 방식일세. 다만 자네가 아는게 없다보니 그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걸세 "
건물주 " 네 ㅠ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
이윽고 스프링클러 신이 " 그렇다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려는 건물의 용도가 경급이냐 중급이냐? "
건물주 " 네 그정도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사무실로 사용하므로 경급 위험용도그룹 입니다 "
그러자 신이 종이를 한장 주면서 " 그렇다면 여기 적힌 표를 보고 헤드개수에 따라 배관 구경을 선정하거라. 그런데 하나의 입상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의 전체면적은 4830 ㎡ 이내로 하고 초과하면 입상관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 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알람밸브 하나가 커버하는 면적 3000m2와 비슷한 의미임. 면적에 따라 우리는 알람밸브를 추가하지만 NFPA에서는 입상관을 추가하는 방식임)
건물주는 열심히 자신의 건물도면에 헤드를 배치하고 배관을 연결한 후 구경을 표시하였습니다.
건물주 " 신이시여 헤드 배치와 배관을 다 설계 했습니다. 펌프용량과 수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라고 물었습니다.
신 " 너의 건물 높이가 펌프실에서 최상층 스프링클러헤드까지 얼마인가? "
건물주 " 네 40 m 정도 됩니다 "
신 " 건물 연면적이 465 ㎡ 를 초과하는냐? "
건물주 " 네 "
신 " 그렇다면 펌프 양정은 40 m에 35 m를 더한값으로 하면 된다 "
건물주 " 신이시여 건물연면적이 465 ㎡ 보다 작다면 어떻게 되나요? "
신 " 그럴경우에는 40 m에 11 m를 더한값으로 하면된다 "
건물주 " 오 역시 신은 위대하십니다. 그럼 유량은 얼마로 해야 하나요? "
신 " 음... 건물이 불연성 구조이거나 개방된 면적이 280㎡ 이하이면 1900 L/min 으로 하고 그렇지 않다면 2800 L/min으로 선정하거라 "
신 " 그리고 화재수신기와 전기적인 경보장치가 설치된다면 산정된 유량에 30분을 곱한양을 소화용수로 저장하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60분간 사용가능한 소화용수를 저장해야 한다 "
건물주는 설계를 완성한 후 신에게 너무 감사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 신이시여 이제 화재가 나더라도 안심입니다 " 라고 말했습니다.
신은 한참동안 침묵하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 꼭 그렇지는 않단다 "
건물주 " -.- "
위의 내용을 요약하면,
" 규약배관에 약속된 헤드 개수별 배관 구경으로 설계하면 펌프의 양정과 유량, 저수량도 간단하게 선정할 수 있지만, 그게 경험치로 한거라 좀 많이 잡았어. 그래서 설치 비용은 많이 들어갈거야 각오해 "
즉 수리계산없이 양정과 유량 그리고 소화용수량을 산정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규약배관방식입니다. 이는 하나의 경험치에 의한 약속과 같은 것으로, 규정대로 설계한다면 화재시 적절한 방수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수리계산방식은 배관의 구경부터 모든것을 설계자가 공학적으로 계산하여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규약배관방식에 비해 계산과정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재에는 규약배관방식으로 설계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이유는 간단합니다. 규약배관방식으로 설계할 경우 설치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수리계산으로 할 경우 배관의 구경은 물론 펌프의 유량과 저수량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어, 규약배관방식에 비해 적은 투자비용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가 있는것이죠.
" 계산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 대신 설치비는 좀 많이 들어 " 대략 이런느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경우는 수리계산시 용량이 더 늘어나 오히려 투자비용이 증가합니다. 양정과 유량, 저수량까지 더 커지는데... 공학적으로 정밀한 설계가 오히려 독이 되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는거죠. 이 부분은 차후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죠.
앞서 얘기한 규약배관방식은 펌프의 양정과 유량 그리고 저수량까지 간단히 표에 의해서 결정하는 방식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수리계산이 아닌 국내의 기존방식의 설계 중 가장 특이한 점이 펌프의 양정을 결정하는 과정인데, 유량을 헤드 하나당 최소방수량 80 L/min에 기준개수를 곱하여 정하고 저수량은 거기에 20을 곱해 간단히 결정합니다. 절차의 단순화 측면에서는 규약배관방식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펌프 양정을 선정된 유량을 기준으로 수리계산하여 산출한다는 겁니다. 마치 반인반수 같은 .....
이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우리기준은 수리계산방식이 더 정확한 양정과 유량 그리고 저수량을 산정할 수 있는것으로 잠정적인 합의를 하고 있습니다.
2. 그렇다면 기존방식은 덜 정확한 방식이므로 수리계산결과 보다 더 큰 용량이 산출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더 작은 용량으로 산출되므로, 성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것 아닌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3. 기존방식과 NFPA의 규약배관방식의 경급대상건물에서 유량만 비교하면 국내의 경우 800~2400 L/min, NFPA의 경우 1900~2800 L/min 으로 국내기준보다 약간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중급대상건물에서는 NFPA의 규약배관방식이 국내기준보다 훨씬 더 큰 용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안
1. 수리계산이 아닌 기존방식의 양정산정방식을 단순하게 하고 유량도 현재보다 더 크게 늘려야 합니다. 또는 수리계산만 가능하도록 개선되어야 합니다.
2. 위의 내용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스프링클러 설치대상 공간을 위험특성별 세분화하고, 각 공간의 위험특성에 맞는 살수밀도(Water Density)와 방수범위(Operating Area) 개념으로 틀이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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