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재연구소
화재사례에서 연기유동과 관련하여 놓치고 있는것은 없는가? 본문
최근에 안타까운 사고들이 많이 발생하여 안전분야 종사자로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특히 용산참사는 질서 유지만 잘 통제하였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데에 허탈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참사로 사망하신 분들의 넋을 기립니다.
우리는 국내 뿐만 아니라 외국의 여러 사고사례에서 많은 것들을 경험해왔으나 비슷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것은, 관리적인 문제와 안일한 인식으로만 보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제천스포츠센터 화재와 최근의 현대아울렛 지하주차장 화재 등 사고 후 원인은 비교적 적절하게 분석되고 관련 대안들도 합리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화재안전분야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냉각에 의한 연기 층의 하강 특성과 피해확대와의 상관성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수개월전에 의정부터널을 지날즈음 터널 내부에 차량 화재가 발생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많은 연기가 발생하고 있었으나 화재 차량 근처에서는 시야확보에 전혀 문제가 없었기에 차량들은 터널을 그대로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찰나의 시간 동안 생각한 결과 터널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았기에 통과하기로 마음을 먹고 지나갔습니다. 통과하는 동안 연기 층이 냉각하여 하강하게 될 텐데 터널입구까지는 시야확보가 어느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다행히 그림 1과 같이 터널의 끝에서도 연기 층 하강으로 인한 시야 확보의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림1. 터널화재시 주행중 연기상태
만일 터널의 길이가 길고 차량들이 정체되어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것입니다. 즉 화재 위치로부터 멀리 떨어질수록 연기 층이 짙어져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게 된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터널 내에서 차량 화재가 발생하였다면 터널의 차량 진입을 차단 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같은 원리로 건물 화재에서도 똑 같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화재가 발생한 공간의 연기 층 농도가 가장 높은 부분은 공간의 가장 먼 피난구가 있는 벽체 부근이라는 것을 FDS와 같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기 층의 농도가 짙어지기 전에 가까운 피난구로 탈출 가능한 충분한 시간이 확보될 수 있을 거라는 분석결과에 기인하여 안전할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나, 가까운 피난구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여러가지 이유에 의한 피난 지연이 길어질 경우를 가정한다면, 피난구 근처로 갈수록 짙은 연기로 시야확보가 더욱 안 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림 2는 현대아울렛 화재 당시 주차장에 진입하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화재상황인데, 화재위치로부터 멀리 떨어진 차량위치까지 연기가 순식간에 이동하여 시야를 막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연기의 농도가 화재위치로부터 짙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량위치에서부터 짙어 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매우 빠른 속도로 이동한 연기 층이 먼 곳에서 냉각 하강하여 시야확보를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대부분이 피난 근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림2. 현대아울렛 화재시 주차장 진입차량에 찍힌 화재상황(출처:MBN)
그림3. 현대아울렛 화재시 사망자 위치(출처:동아일보)
그림 3과 같이 사망자의 위치가 화재위치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던 이유가 화재위치로부터 본능적으로 벗어나려고 했던 것이 오히려 짙은 연기 속으로 들어가게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봅니다. 저의 생각이 사망자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림4. 지하철 승강장 Hot smoke test
오래전에 지하철 역사에서 제연설비 작동 후 실시한 Hot Smoke test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림4와 같이 화원으로 부터 가까운 곳은 연기 층이 뚜렷하게 유지되었으나 약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연기 층이 하강하여 농도가 짙어진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화재 시 연기 층의 냉각으로 인한 연기 층 강하에 대한 위험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보았습니다.
물론 스프링클러와 제연설비의 정상적인 작동과 건축마감재료의 제한, 방화 구획, 가연물 관리 등 다양한 대책은 확실히 피해를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소방시설의 성능과 연기 유동의 상관성에 대해서는 정확한 연구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현재로선 피난 통로와 피난구의 시인성 확보 강화, 피난 구간 이격거리의 조정 등을 통해 짙은 연기 속에서도 최대한 피난구로 이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피난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About fire ris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연파괴에 의한 유입변압기 화재사례 (0) | 2024.04.17 |
---|---|
CONTAMW 프로그램을 이용한 제연설비의 분석 (2) | 2024.04.17 |
소화설비는 신뢰할 수 있는가 ? (0) | 2024.04.17 |
폭발적인 연소를 보여주는 유압유 화재사례 (0) | 2024.04.16 |
소화기가 끌 수 있는 불의 크기는 (0) | 2024.04.15 |